무질서한 은사주의
- 무질서한 것에 질서를 부여하라!!! - 많은 교회가 은사주의의 영향을 받은 현 시점에서 이 책이 출판된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1978년 본 책 초판이 발행되었다고 하는데, 은사주의의 물결이 당시에도 휘몰아쳤을 것을 생각하니 맥아더가 이 책을 출판할 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했을까 짐작할 수 있겠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반대 여론을 들었고, 그것을 방어하는데 얼마나 마음 고생이 심했을까 싶다. 은사주의 전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은사주의도 기독교라는 울타리 안에 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모두 다 똑같은 은사주의라고 볼 수는 없으며, 어떤 종류의 은사주의는 꽤 위험한 수준까지 나아갔다고 생각한다. 이 치우친 은사주의 성향은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으며, 반드시 교리적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자신이 어떤 교단에 속해있든 은사와 관련하여 자신의 교리를 한번 점검해보면 참 좋을 것 같다. 이 책이 은사주의 자체를 다 부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맥아더는 신실한 은사주의자들이 주위에 아주 많다고 이야기하며, 그들의 신앙을 존중한다. 어떤 방향이든 양 극단으로 나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초자연적인 것을 모두 부정한다면 기독교가 아니라 철학이 될 것이다. 존 맥아더가 그런 입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선입견이다. 이 책은 일례로 기적과 같은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을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기적을 자유 자재로 일으킬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뭔가 잘못되었음을 이야기한다. 존 맥아더는 이런 류의 비판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오는 존 맥아더의 의견이 100% 맞다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렇게 강요한다고 해서 들을 사람도 없다. 이 책의 가치는 분명하다. 우리 주위에 만연한 "은사주의"의 잘못된 견해들을 바로잡는 것이다. 이 책은 여러 각도에서 은사주의를 점검한다. 그 중 하나는 성경보다 경험을 중시하고 기준으로 삼는 성향에 대한 점검이다. 개혁주의 신학자들이 그렇게 지키기를 원했던 "성경"의 절대성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그 결과는 "무질서"이다. 자신의 특이한 경험이나 계시를 성경과 비교하여 맞는지 점검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은 직접 계시를 받기 때문에 성경을 읽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게다가 성경의 절대성을 믿지 않으니 자신의 경험에 따라 성경을 작위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부분은 "신유의 은사"에 대한 부분이었다. 호바트 프리먼이라는 사람의 예였는데, 최소한 90명 이상의 신도가 병원에 가면 쉽게 치료받을 수 있는 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내용이었다. 신유의 은사에 대한 믿음 때문에 병원에 가기를 거부한 것은 명백히 해악을 끼친 부분이었다. (물론 이 예는 다소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하지만, 그 뿌리는 은사주의에 닿아있기에 그와 무관하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반박할 것이다. 실제로 고침을 받은 이들이 있는데 왜 신유의 은사가 없다고 하는가? 존 맥아더는 성령의 자유로운 역사를 인정하지 않고 막는다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렇게 몰아부칠 것이 아니다. 일례로 본 책 333페이지에 <나는 초자연적 치유에 대한 모든 주장을 그 가운데 일부가 거짓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평가 절하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하나님에 대한 극적이고 기적적이며 직접적인 개입은 극히 드물며 치유의 대리자 역할을 하는 소위 신유 은사가 있다는 이들에게는 결코 의존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은사주의는 "다수"의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비판은 "성령훼방죄"라는 굴레를 씌우며 목소리를 잠재우려 한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분명히 검토해보고 진리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우리 눈 앞에 벌어지는 현상을 근거로 해서 교리를 만들어나가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교리에 갇혀 사고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성경을 무시하고 보이는 것만 찾아가며, 특별한 계시, 특별한 기적들만을 찾아다니는 성도들을 원하는가? 은사주의자들은 잘못된 부분들을 인정하면서도 "더러운 물을 버리면서 아이까지 버리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반대도 유효하다. 애초부터 더러운 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물을 버릴 필요도 없다. 더러운 물은 깨끗한 물로 바꾸면 된다. 은사주의자들을 존중한다. 그렇지만 스스로 점검해보고 오류가 있다면 인정할 것은 인정해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무질서한" 부분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질서"를 잡았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