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한 은사주의

전두****
2008-09-30
나는 은사주의자도 아니고 비은사주의자도 아니다. 굳이 정하라 한다면 은사주의자에 가깝다. 그러나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은사의 기적에는 회의적이다. 특히 신유의 은사에는 더더욱 그렇다. 돌팔이, 사이비 같은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런 얕은 수작을 부리는 자들에게 많은 이들이 분별없이 속아 넘어간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공감을 했다.  이 책은 은사주의에 철저하게 반대편에 서서 쓴 책이다. 그렇다고 - 저자가 수차례 밝히듯이 - 은사주의를 매도하거나 정죄하기 위해 쓴 책이 아니다. 함께 우리 신앙의 진보를 이루기 위하여 쓴 책이다.  저자는 은사주의자들의 책과 강연 등에서 나타나는 기적과 주장들을 분석한다. 그런데 그 인용들이 다소 극단적임을 알 수 있다. 그로 인해 자칫 잘 알지 못하는 이들은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내가 믿어왔던 것이 거짓인가?" 아니면 은사주의의 대한 극우주의자들은 "뭘 안다고 그러는가?" 라고 할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이 책으로 인해 다양한 반응을 겪었다고 한다.)  다양한 사례를 분석함에 있어 치밀함이 엿보인다. 하지만 동시에 억지스러운 면도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눈여겨 본 것이 있다.  저자는 모든 것을 성경 중심으로 해석한다. 나도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시금석은 성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모든 것을 성경에 맞추려다 보니 그 한계성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저자는 신유의 은사, 그 기적이 예수님이나 사도들이 행한 것 외에는 모두 바른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요한복음 21:25 말씀처럼 주님이 - 그리고 제자들이 - 행한 모든 일들을 다 기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성경에서 보여주신 기적 외에 다른 기적들을 행하지 않았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럼에도 저자는 성경에 나타나지 않은 기적은 모두 거짓이라고 말하니 너무 극단적이고, 편협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실제로 성경에 나타난 기적이 전부라면 저자의 주장은 확실히 옳은 것이 되겠지만...)  이렇듯 저자 또한 극단적인 주장을 펼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자극이 없으면 관심이 생기지 않는게 인간인지라, 그의 주장으로 우리의 진지한 연구와 성찰의 계기가 마련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같은 주장이 몇 번 반복 되었고, 특히 우리에게는 낯선 단체들과 주장이 있어 그 부분들에서는 상당히 지루했고, 집중도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러한 부분은 그냥 건너 뛰어 읽었다.  그보다 더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역시 이 책의 초판이 1978년, 지금으로부터 무려 20년 전에 발간 되었다는 사실이다!!!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 오늘 날에는 십 년이 아니라 몇 년만에도 강산이 변하긴 하지만... - 강산이 두 번 지났기 때문에 책에 언급된 이들과 단체들이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더 심각해지거나 완화된 부분들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런 세월의 간격으로 인해 이 책의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약간의 무리가 있다. 그렇기에 개정판이 나와 저자의 날카로운 통찰을 다시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