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질서한 은사주의
약 보름 전에 무질서한 은사주의를 구입해 읽었습니다. 역시 존 맥아더 목사님의 탁월한 성경 해석이 돋보이는 책이었습니다. 혹여 누군가는 책 내용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하더라도 맥아더 목사님의 성경관(성경의 무오성, 충족성)은 누가 뭐랄 것도 없이 전적으로 옳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어떤 개인적인 체험(혹은 현상)이 실재한다 할지라도 그 체험의 최종 검증은 반드시 성경으로 이뤄져야 함을 재확인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늘날 우리가 대하게 되는 은사주의자들의 태도가 문득 개그콘서트의 '달인'에 등장하는 개그맨 김병만씨의 개그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음은 개그콘서트 445회에서 방영된 '달인' 코너의 대사입니다. 류담: 오늘 만나 보실 달인은요, 평생 축구만 하고 사신 축구의 달인 김병만 선생님입니다. 선생님, 그 동안 많은 축구 선수를 키워 내셨다는데요, 어떤 선수들이 있습니까? 김병만: 호나우딩요, 지성이(박지성) 등이 있죠. 류담: 그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선수가 있다면요? 김병만: 마이크 타이슨이요. 류담: 마이크 타이슨은 권투 선수 아닙니까? 김병만: 마이크 타이슨이 축구하는 거 봤어요? 류담: 아뇨. 김병만: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관객들 폭소) 우리가 가상의 은사주의자와 대화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다음과 같은 대답을 듣게 될 것입니다. 나: 진짜 그 일이 일어났습니까? 진짜 그 일이 하나님께서 일으키신 일이 맞습니까? 은사주의자: 그런 일 체험해 봤어요? 나: 아뇨. 은사주의자: 못해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개그콘서트와 다른 점이 뭘까요? 제가 보기에는 하등 다를 것이 없어 보입니다. 제가 은사 체험자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처음 은사체험을 한 후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이게 진짜일까?' 특별히 저는 방언 체험자임에도 불구하고 교회 여기저기서 기도회 시간마다 울려 퍼지는 방언기도 소리를 두고 아름답다고 느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을 뿐더러, 이 장면을 불신자들이 본다면 우리를 '미쳤다고 하지 않을까?(고전 14장 23절)' 하는 걱정도 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성경으로 돌아가 모든 현상을 검증할 수밖에 없습니다. 체험이 증거가 아니라 말씀이 증거이며, 말씀만이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무이한 진리이고 또한 삶과 지혜와 우리가 믿는 모든 것의 기준이 됨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한 은사주의 진영의 목회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의 하찮은 지식으로 성령님을 제한하지 마십시오. 교리를 내려놓으십시오. 그러면 성령님의 역사를 경험할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오히려 교회사를 보면 교회가 교리를 소홀히 하거나 포기했을 때 일어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부흥'이 아니라 '이단의 창궐'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날 새로이 일어난 이단들의 특징이 무엇입니까? '현상 보여 주기'입니다. 보여 주면 믿으니까요. 그렇기에 더더욱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이 무엇인지 성경을 통해 계시된 지식으로 검증하고 확인해야 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인간의 하찮은 체험으로 유일한 계시이며 무오한 진리인 성경을 왜곡하지 마십시오." 왜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을 믿음으로 구원받아 점점 범사에 그에게까지 자라가는 과정을 성령의 역사로 보지 못하고 '초자연적 현상'만을 성령의 역사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왜 우리의 성품이 점점 주님을 닮아갈 것을 갈망하기보다는 그 분이 행하신 이적을 직접 보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는 걸까요? 오히려 우리의 성화가 가장 큰 '초자연적 현상(혹은 이적)'이 아닐까요? 아무런 소망 없는 우리를 구원하셔서 '세상의 빛'으로 부르시고 당신의 영광을 우리를 통해 드러내시길 기뻐하시는 하나님의 사역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악하고 음란한 세대가 표적을 구하나 선지자 요나의 표적 밖에는 보여 줄 것이 없노라"고 하신 것을 깊이 생각해 볼 때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가장 큰 표적은 병고침이나 귀신을 쫓아내는 현상이 아니라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부활하심으로써 당신을 믿는 모든 자의 소망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 사역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믿을 것은 오직 이것입니다. 진리를 옹호하고 지켜내는 싸움을 수행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앞장서서 성경의 진리를 왜곡하거나 공격하는 이 시대에 진정 필요한 것은 Sola Scriptura의 회복입니다. 이 책은 우리의 말씀에 대한 태도와 어떤 현상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분명한 해답을 제공해 주고 있는 책으로서, 분별력의 부재 가운데 있는(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바른 길을 가르쳐 주리라 확신합니다. 좋은 책을 소개해 주신 부흥과 개혁사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