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된 복음주의
해 아래 새것이 없다고 했다. 이것이 내가 역사를 배우고자하는 이유이다. 지금의 현상과 문제들의 저변에는 배경과 이유, 원인이 주어지며, 그것을 역사라 부르는 것도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는 나의 작은 열정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분열된 복음주의의 진단과 앞으로의 방향에 대한 언급이 이 책의 주된 목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안 머리는 우선 1900년대 우리의 믿음의 선배들이 걸어갔던 많은 움직임을 추적한다. 1장에서 5장까지가 이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 책의 장점으로 백금산 목사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방대한 일차자료의 인용으로 추적의 장면들이 구체적이면서 객관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부분을 통해 이 책의 논의의 바탕을 구성한다. 당시 영국의 성공회와 빌리 그레이엄의 연합 운동, 존 스토트와 로이드존스, 그리고 패커의 초기와 변화 그리고 그 영향에 대해서 자세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어 6장에서부터 마지막 11장까지는 1장에서 5장까지 다루어진 분열과 연합, 그것을 추진했던 중심인물들 사이에 주어진 다양한 문제들의 핵심과 저자의 생각들을 언급한다. 즉, 이 책의 핵심은 여기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해서 내 머릿속에 맴돌 던 생각은, 분열과 연합이다. 지금의 식견과 눈으로 보았을 때, 연합이라는 것은 과거의 우리의 극단적 편협함을 극복하는 행동으로서 시대의 다양함과 상대적 가치의 존중을 인정하는 진일보한 것으로 여기기 쉽다. 그에 반해 분열을 추구하는 이들은 역시나 시대에 뒤쳐진 무언가를 따르는 고리타분한 무엇으로 보기 쉽다. 하지만 그 결과가 우리에게 악한 것이 된다면, 선악과를 따먹을 때 갖던 막연한 기대감이 우리를 타락의 길로 가게 되었던 행동과 같다면, 분열이 늘 그렇듯이 구약에 등장하는 소수의 불꽃과 같은 순수함과 순결을 지키고자한 거룩한 움직임이었다면, 이런 막연한 생각-연합은 진일보한 우리의 발걸음이란 기대감-에서 머무를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본 책에서도 언급하듯이 이미 주어진 많은 연합들의 성격은 교회, 교단간의 연합으로 서로 간에 마땅히 논의되고 언급되어야할 많은 부분들을 생략하고 진행되고 있었다. 이안 머리는 이 문제를 그리스도인의 정의, 교회관에 대한 이해 차이에서 찾고 있다. 동감하는 부분으로서 연합과 하나됨에는 막연한 기준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참 그리스도인에 대한 분명한 정의가 없이 연합을 추구한다는 것은 종교개혁을 기반으로 서있는 우리의 자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될 것이며, 서로의 주어진 다양한 신학적 문제와 교회의 모습에 그 어떤 분명한 기준과 결론에 도달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지 않고서 주어진 연합에 동참한다는 것은 자아의 상실과 존재의 상실에서 더 나아가 우리를 잃어버리는 행동이 될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연합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어놓고 마지막 단추가 잘 끼워지길 기대하는 어리석음과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분열에는 그에 따르는 이유가 있다. 이안머리는 그것을 본질에 대한 이해 차이로 언급한다. 그리스도인, 성경, 교회, 연합등에 대한 인물들의 식견과 견해 차이가 분열을 일으키게 되었다고 언급한다. 이러한 언급은 당연히 참된 연합에 동반되어야 할 요소들로 볼 수 있는 것이다. 마틴로이드 존스가 그러했던 것과 같이 진리 안에서의 참된 연합을 추구하는 것이 참된 준비의 과정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힘든 과정이 기다리고 있더라도 우리는 진정한 연합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본 책의 마지막 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리는 이러한 역사를 통해서 배워야한다. 이안머리는 그리스도인들의 분열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으로 복음적인 삶과 가르침을 우선을 둔 복음의 회복을 그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의 다양함을 인정하는, 극단주의를 배격하고 관용과 화합을 추구하는 것, 근본된 진리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앞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나라를 추구하는 연합을 기대함, 이 책의 결론이 아닌가 생각한다. 현대 복음주의, 그리고 교회의 연합과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에겐 더 없는 귀한 가르침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특히 분열에 따른 많은 핵심적 요소들, 그리고 연합을 추구했던 많은 움직임 속에 등장하는 유사한 형태의 맹점들, 이러한 역사의 가르침을 배워 앞으로 주어지는 시대와 세대들에게 나아가야할 길을 모색하는 이들에게는 결코 아깝지 않는 독서의 시간을 제공할 것이라고 본다. 책을 다 읽은지 얼마되지 않는 나에게도 많은 생각들이 교차한다. 그리고 항상 근본이 무엇이며 시대의 조류에 타협하지 않고, 진리가 무엇인지 늘 알고자하는 나에겐 아직 부족하지만 한 걸음 더 앞으로 내딛으며 멀리 주어진 푯대를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을 제공해준 이안머리에게 머리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할 뿐이다. 짧은 글, 좋은 기회와 여건을 마련해준 출판사와 나의 미래의 동역자들에게 도움 되고자하는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그리고 분열의 아픔을 안고 있는 한국교회와 책에서 등장하는 분열에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내용을 바로 파악하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본질의 중요성을 다시금 언급하며 역사의 가르침 앞에 귀를 기울이고 교회정치와 교단간의 참된 논의를 배제한 연합이 아닌 본질의 문제에 대화성을 갖고 추구할 수 있는 연합에 대한 배움을 기대하는 독자에겐 한국교회의 현실과 상황에 대해서도 탁월한 식견과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것이 저에게 주어진 다음 고민과제이기도 하구요 ^^*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