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 야고보서

이승****
2012-07-04
야고보서만큼 한국 교회에 제대로 소개되지 못한 신약성경이 있을까? 극단적인 종말론적 경향으로 해석해서 여전히 한국교회에 신비(?)의 영역으로 남아있는 요한계시록-그 점에서, 백금산 목사님의 만화 요한계시록을 강력 추천한다-에 못지 않게, 야고보서 또한 국내에서 바르게 강해설교되고, 바른 교리적 관점으로 선포되고 가르쳐온 경우를 찾기 힘들다. 한국교회는-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교회들이-거의 대부분의 신앙의 영역에서 율법주의의 늪에서 여전히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치한 방식이든 교묘한 방식이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완전한 십자가의 복음과 하나님의 주권적 구원을 21세기의 새로운 율법으로 덧칠하며 신자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성령 하나님의 교리에 관한 부분에서는 더 심각한 상황이다. 성령하나님의 말씀을 조명하여 깨닫게 하시고 실제로 신자와 함께 내주하셔서 끝까지 구원으로 인도하시는 사역이 심각하게 부정되는 교리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고, 그러함으로 인해 성도들은 자신의 구원과 신앙을 점검하는 수준에서 한참 벗어나 구원이 끊어질 것을 두려워 하며 좌절과 낙심 속에 지내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참 자유를 주는 진리의 복음을 몰라 여전히 어둠 속에서 허덕이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야고보서가 개 교회의 강단에서 바르게 설교될리 만무하다. 마치 바울의 구원관에 배치되는 가르침으로 야고보의 구원관이 제시되며, 단지 목회자의 말을 잘 듣는 상냥한 신자로 키우기 위해 비성경적이고 과도한 충성만을 요구하는 근거로 사용되고 있는게 우리 주님께서 친히 재정하신 성경 야고보서의 현실이다. 아이러니하다. 야고보서는 제대로 선포되지 않았는데, 야고보서의 내용이 아주 얄팍하게 남용되어서 율법주의의 성채는 더 강력하게 방어되고 있으니 말이다. 다니엘 도리아니의 <야고보서>는 이런 현실에서 단비와도 같은 책이다. 서문에서 야고보서에 관한 학문적, 보편적 오해를 바로잡아 주며 저자의 내공을 유감없이 맛보기로 드러낸다. "첫째, 야고보서에 구속신학이 나오지는 않지만, 어떤 책이 정경이 되기 위해 반드시 대속신학을 집중적으로 다루어야 할 이유는 없다... 둘째, 야고보서는 사도가 쓴 것이 아니라는 말에 대해서는 신약에서 사도들이 쓴 책은 단 여덟 권뿐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셋째, 야고보서에 사용된 헬라어가 너무 세련되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스탠리 포터(Stanley Porter) 같은 학자들은 일 세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헬라어를 잘 알고 잘 썼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었다... 넷째, 야고보서가 아무 연관 없이 이 주제에서 저 주제로 오간다는(마틴 디벨리우스의 말) 비난은 야고보의 무지함보다는 비판자들의 무지함을 더 드러낸다... 다섯째, 야고보서에 대한 초대 교회의 의심은 과장된 면이 있다. 유세비우스는 실제로 야고보서를 논쟁이 되는 책에 포함시키긴 했지만, 그 책이 널리 인정받고, 사도적 문체로 되어 있으며, 정통적 가르침을 포함한다는 것을 주시하고, 그것을 가짜나 이교적인 책들과는 분명하게 구분했다..." 이처럼 야고보서에 관해 현재까지도 유의미한 신학적인 이슈들을 서문에서 변증적으로 다루면서 독자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실력을 갖춘 학자(게다가 목회자이다.)가 많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학문적인 실력으로만 마치는 책이라면 내가 이런 글을 쓰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그것을 넘어선다. 매우 복음적이며, 성경적이고, 통합적인 데다가, 실제적이다. 지금까지 국내에 야고보서에 관해 유익한 책들이 소개되지 않았던 것이 아니다. 한국교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율법주의적인 경향과 그 맥락에서 인용되는 야고보서의 남용을 막으려면, 깊은 학문적 실력만을 담고 있는 책으로는 부족했다. 실제로 신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신자도 읽을 수 있도록 평이하면서도 술술 읽히고, 그러면서도 학적인 실력을 놓치지 않는 강력함이 균형잡혀야 한다. 나는 그 균형감을 이 책에서 발견한다. 매우 명료하게 저자는 바울의 복음과 야고보의 복음은 대치되지 않으며 서로 보완적이며, 왜 대치되는 것으로 우리에게 읽히는지 친절하게 하나 하나 짚어준다. 제임스 패커 교수의 추천사는 과장이 아니었던 것이다! "훌륭한 연구와 논리적 추론을 갖췄으며, 실제적이고 목회적이며, 예리하고, 견고하며, 탐색적인 이 책은 야고보서에 대한 참으로 야고보적인 해설로, 어느 모로 보나 최고 수준의 책이다." 더 이상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목회자든, 신학생이든, 일반 성도든, 무조건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이 글을 쓰면서 제기했던 한국교회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율법주의'. 자, 이것만으로 끝인가? 무엇인가 하나 빠진 것 같지 않은가? 한국교회의 심각한 문제의 근원은 '율법주의'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그렇다. 내가 판단하기에-물론, 내 판단은 전적으로 틀릴 수 있다-'율법주의' 못지않게 '값싼 은총주의' 또한 반대 진영에서 아주 달콤하고 강력하게 여전히 한국교회를 지배하고 있는 것 같다. 율법주의 아니면 값싼 은총주의라는 양 극단에서 가장 왜곡되고 버림받은 성경이 야고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율법주의에 사로잡힌 교회가 어떻게 야고보서를 오독했는지는 앞에서 살펴보았고, 반대로 '오직 믿음'을 자신의 죽어 있는 신앙을 변호하기 위해 방패로 사용했던 진영은 어떻게 해서든 최대한 야고보서를 가르치지 않으려 노력해 왔다. 아 고달픈 야고보서의 신세여... 이제는 야고보서를 "바르게" 이해하고, 가르치고, 선포할 때가 왔다. 이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이 책과 씨름하다보면, 복음에 관해 희미했던 눈의 비늘이 벗겨지고 주의 진리를 바르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족 하나, P&R에서 역간한 크리스토퍼 모건의 <야고보 신학>은 위 책을 읽기에 좀 더 상황적인 측면에서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_낮은별 http://www.cyworld.com/umucklee1